성인이 된 이후로는 주먹을 치고 박고 싸우는 걸 본 적도, 실제로 그런 일에 휘말려 본 적도 없다. 특별히 큰 견해 차이가 있거나, 있더라도 그것이 아주 강렬한 것이 아니라면 주먹질까진 안 간다. 어린애들이나 그렇게 싸운다 생각했지, 성인이라면 그런 싸움은 하지 않아야 한다 생각해왔다. 실제로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행동했다. 싸움을 피하는 대신 협상이나 양보를 주로 택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는게 성숙한 문제 해결 방법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첨예한 이해관계가 발생할 때에는 상황이 다른 것 같다. 이해관계는 이득과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인데, 거의 대부분 경제적 문제가 핵심이다. 나 또는 우리에게 경제적 손해를 끼칠 상황이나 주체에 대해 반발하고, 그 반발이 심해지면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것이다. 물론 대화로 잘 풀어가는 것이 제일 낫다. 하지만 우리에게 손해를 끼치려는 쪽은 단순히 대화로, 어느정도 타협점을 찾아내서 합의에 이르는 걸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이해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합의나,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땐 서로 양쪽을 비방하며, 작은 것까지 털어내려고 한다. 허위사실이나, 왜곡된 진심은 중요하지 않다. 싸움에서 이기는 것만이 중요해진다. 처음 싸움이 촉발된 원인을 해결하기에 집중하는 것보다 감정적인 대응, 상대방을 굴복시키겠다는 투지가 강렬해진다. 싸움이 결국 진흙탕에 빠지고,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채 싸움은 지속된다. 얻고자 했던 것을 얻는 것은 싸움의 크기에 반비례한다.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아지는 시점이 있다. 그 전에 싸움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래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법정까지 간 싸움은 최선이 아니다. 법정에 가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하였다 하더라도, 승리한 자에게도 그 긴 법정 공방 동안 발생한 손해를 온전히 보상받지 못한다. 더군다나 법정에서 일방적인 승리는 드물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모든것을 다 가져가겠다는 욕심을 버려야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쥐고 있으려 한다면, 분명 무엇이던 놓치게 될 수 있다. 이성적인 판단이 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