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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건강기능식품과 질병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타민을 먹으면 노화가 방지된다거나, 어떤 음식에 이러이러한 성분이 있어 건강에 좋다더라 하는 이야기들. 

 

 학생때부터 죽을만큼 아픈,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을 경험했다. 신약이 나와서 5년 생존률을 얼만큼 증가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 교수님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상급종합병원인데다, 우리나라에 처음 적용되는 신약들로 치료를 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생명과 직결되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약들만 약으로 인정하려는 습성이 나에게 있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생각하는 것이 건강기능식품이 홍보하듯, 면역력 강화라거나 어떠한 종류던 간에 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다면 그걸 약으로 만들어서 병원 처방받아 파는게 훨씬 이득이니 진작에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은것이다. 한 예를 들자면 생선이 많이 들있다고 하는 오메가3는 EPA + DHA를 말하는데, 여러 연구에서 중성지방 수치를 낮춰준다는 결과가 제시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의사들도 중성지방이 높은 환자에게 500~1000mg 혹은 그 이상의 오메가3를 처방하고, 중성지방 관리를 한다. 

 

 수많은 건강에 좋다는 식품들은 오메가3 처럼 되고 싶지 않을까? 효과를 명백히 입증하여 먹지 않는 것보다 먹은 것이 훨씬 더 좋다고 홍보하고 싶지 않을까. 그게 더 좋은 제품 판매 전략일테니까. 이렇게 생각을 했었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유의미하게 개선하는 데 도움되는 약들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생각으로는 좀 다르다. 건강과 질병은 디지털 숫자처럼 0,1 로 똑부러지게 나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질병을 정의하고, 치료를 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잡기 위해 어떤 숫자(혹은 명료하게 파악 가능한 문장)로 기준을 세웠지만 사실 인간은 아날로그다. 아주 건강한 상태에서부터 심각한 질병상태까지 무지개 스펙트럼처럼 연속되어있다. 

 

실은 아주 건강한 상태는 아닌 어떤 사람에게 몸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을 먹게 하면 건강이 조금은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질병에까지 이른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약"을 주어야겠지만, 그런 약들은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찾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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