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정면돌파

JJ__ 2020. 8. 10. 08:15

내후년부터 의사 정원은 한 해 400명씩 늘려서 10년 간 의사를 양성한다고 한다. 정원을 늘리는 이유는 지방에 의료인력을 늘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여려 방법중에 단순 정원 늘리기는 옳지 않다고 본다. 현재 기형적인 의료구조를 있게 한 여러 요인들 중에 하나는 현재의 기피과들에 대한 지원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첫번째일 것이다. 왜 많은 의사들이 사람을 살리는 흉부외과나 심장내과, 한 생명의 탄생 전반을 다루는 산부인과를 가지 않는가.

의대생들이나 인턴들 사이에 특정 과들을 묶어서 소위 1티어, 2티어 로 나누는 말들이 있다. 그 중에 가장 낮은 과들을 묶어서 부르는 말이 외산비흉이다. 외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예전에는 비뇨기과였다), 흉부외과다. 이런 과들은 해당 전공을 하려는 사람이 적어도 너무 적다. 내가 몸담고 있는 이 병원에는 외과 전공의는 년차당 1명이 될까말까 하고 흉부외과는 전공의가 들어오지 않은 지 10년이 다 되어 간다. 산부인과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런 과들에 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아무래도 흉부외과를 전공하고 전공을 살려서 일을 하려면 각종 응급상황등에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당직이 많아지고, 분, 초를 다투는 초응급 환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예전처럼 의사들이 다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를 살리기 위해 365일 병원에 살며 환자만을 위해 사는 경우는 적어졌다. 다른 이유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흉부외과 전문의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일을 하려면 수술시설 및 중환자실이 갖춰진 높은 수준의 의료시설이 필요하다. 그래야 대동맥이나 심장에 생긴 문제를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러한 의료시설이 지방에는 거의 없다. 시설을 유지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드는 데 반해 환자를 보는 데에 따른 의료수가가 유지비를 하회하기 때문이다. 결국 돈이 안되기 때문에 병원을 유지하지 않는 것이다. 소위 빅5라는 대형병원에도 흉부외과는 적자가 난다. 환자가 끊이질 않는데도 적자다. 하물며 중소규모 도시에 이런 병원이 생길리가.

이러한 문제를 근거로 정부에서는 의료인력을 4000명 양성하여 의료취약지역에 배치하겠다고 한다. 한 해 400명을 뽑아서 의료취약지역 어느 기관에 취업시켜 일을 하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10년 의무기간을 둬서 해당 지역에서 일하게 하겠다고 한다. 10년 이면 인턴, 레지던트 합치면 5년, 남은 5년 뒤면 다들 그 지역에 남겠나. 아마도 서울, 수도권으로 오려고 하겠지.

이러한 강제배치의 폐해는 이미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육군사관학교 등 3개 사관학교에서는 군부대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탁교육을 실시한다. 사관생도들 중 몇을 뽑아 의대에 위탁교육을 시킨다. 장학금과 품위유지비를 주고, 인턴, 레지던트 등도 군에서 필요한 대로 위탁교육시킨다. 또한 이렇게 양성한 전문의를 10년간 군 병원에서 근무하게 한다.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인 제도다. 군인에게 의학교육을 시켜 군병원 의료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의사면허를 취득한 장학생들 중 일부는 장학금, 그동안 받은 지원금 전액을 토(?)하고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택하거나, 원하는 일을 원하는 지역에서 한다. 물론 군도 전역한다. 그냥 일반인으로 살겠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자리를 늘려주어야 한다. 중소도시에서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을 운영하면 무조건 손해가 난다. 민간자본, 개인의 관점으로는 절대 가지 않을 장소다. 따라서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세금을 재원으로 운영해야 한다. 자리가 있으면 사람이 올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오진 않을 것이다. 의사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작은 중소도시보다는 대도시, 수도권에 살고 싶을테니까. 그건 차차 해결해나가야할 문제 아닐까 싶다. 당근을 줘야 해결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는 전국에 소방서가 있다. 읍, 면 단위에도 소방서가 있다. 만일 소방서, 그리고 소방관이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면 읍, 면 단위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무조건 손해가 날 테니까. 119 구급대가 모든 의료 구급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보고 사설 구급대가 발달한 지역이 있다. 민간 자본은 경제 논리에 따라 돈이 되는 지역에 몰리게 된다.